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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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염소
염소 어린 염소 세 마리가 달달거리며 보도 위로 주인을 따라간다. 염소는 다리가 짧다. 주인이 느릿느릿 놀 양으로 쇠걸음을 걸으면 염소는 종종걸음으로 빨리 따라가야 한다. 두 마리는 긴 줄로 목을 매어 주인의 뒷짐진 손에 쥐여가고 한 마리는 목도 안 매고 따로 떨어져 있건만 서로 떨어질세라 열심히 따라간다. 마치 어린애들이 엄마를 놓칠까봐, 혹은 길을 잃을까봐 부지런히 따라가듯. 석양은 보도 위에 반쯤 음영을 던져 있고, 달달거리고 따라가는 염소의 어린 모습은 슬펐다. 주인은 기저귀처럼 차복차복 갠 염소 껍질 네 개를 묶어서 메고 간다. 아침에 일곱 마리가 따라왔을 것이다. 그 중 네 마리는 팔리고, 지금 세 마리가 남아서, 팔릴 곳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팔리게 되면, 소금 한 줌을 물고 캑캑소리 ..
2014.04.20 -
[수필] 각선미
脚線美 / 金 時 憲 “인생은 방황의 연속입니다.”고 말하는 철학가가 있다. 방황에서 벗어난 사람도 많이 있다. 석가나 예수 같은 사람, 신부나 목사 같은 사람, 스님은 평생을 두고 산 속에서 평화와 안정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방황에서 영원한 평화를 얻자면 방황의 싹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 싹이 남아 있으면 그곳에서 또 방황이 시작된다. 성철 스님이 입적하고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하는 말이 유행처럼 나돌았다. 어려운 말이 아닌데도 그 뜻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도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산을 보고 산이 아니라 하는 사람이 있고, 물을 보고 물이 아니라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겼으리라. 또 하나 ‘돈오(頓悟)’라는 말이 잡지에 자주 나왔다. 돈(頓)의 뜻을 알고 싶..
2014.04.20 -
[수필] 삶, 그리고 사랑의 속도 / 박범신
삶,그리고 사랑의 속도 / 박범신 층계를 올라갈 때 나는 보통 두 계단씩 성큼성큼 오른다. 바쁠 때만 그런 게 아니다. 시간이 지천으로 남아돌 때도 그렇다.성미가 급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급하고 느린 것, 예민하고 단순한 것,비관적이고 낙관적인 것, 음울하고 활달한 것 따위,기질적인 성정은 평생 변하지 않는다.내 경험주의에서 보건대 그렇다는 것이다.아니 변하기는커녕 나이들수록 오히려 잠재된 기질은 더욱 적나라해 진다.특히 이성적인 관계가 아닐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 가령 오래 묵은 부부 같은. 삶의 관성엔 속도가 있다. 제 아무리 잘났다고 뽐내봐도 시간의 에스컬레이터에서 벗어나는 인생이란있을 수 없다.삶의 공간이동이 알고 보면 원심력을 따라가는 「떠남」과구심력을 따라오는 「회귀」의 사이클에서 영원히 자..
2014.04.20 -
Don Mclean - Vincent(Starry Starry Night)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가사가 정말 좋다. 그래 우린 죽어서 별에 갈수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상상력이 좋다.
2012.12.24 -
세번째 시 - 아이히
산딸기 숲 언젠가 와 본 적 있는 그 숲이지금도 똑같은 모습으로 우거져 있다.거미줄이 머리카락에 걸리고나뭇가지가 얼굴을 스친다 잎사귀에 반즘 숨겨월귤나무 열매가 풀 사이에 열렸다내 얼마나 즐겁게 이 열매를 따먹었던가검붉은 그 액즙이 참으로 맛있었다 하지만 이제 동그란 그 열매의 파란액즙을다시 나의 입 속에 넣어보니그 달콤한 맛 속이 어렴풋이쓰디 쓴 시간의 맛을 느끼겠다 내 어렸을 적 즐겁게 놀던,옛날과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고,소나무들도 이제는 알아볼 수 없다. 그저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으로할 일 없이 이리 저리 쏘다니던 곳,우거진 수풀 속에 딸기 따는 아낙네가 무릎 꿇고꽃줄기를 모조리 훑어 내린다.
2012.11.18 -
두번째 시 - 헤르만 헤세
행복 행복을 바라보고 쫓아가는 것은행복을 누릴 만큼 성숙하지 못한 것입니다.모든 사랑이 네것이 되다고 하여도 잃어 버린 것이 아까와 한탄을 하고목적을 가지고 초조하게 애쓰는 한당신은 아직 평화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것입니다.모든 희망을 포기하고목적도 욕망도 다 버리게 되었을 때행복, 행복하고 이름을 붙여 바라지 않을 때 그때에 비로소 세상의 흐름이너의 마음에 부딪히지 않게 될 것이며너의 영혼이 안식을 얻게 될 것입니다.
2012.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