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시 - 아이히

세번째 시 - 아이히

2012. 11. 18. 16:05


  산딸기 숲

 

 

 

 

언젠가 와 본 적 있는 그 숲이

지금도 똑같은 모습으로 우거져 있다.

거미줄이 머리카락에 걸리고

나뭇가지가 얼굴을 스친다

 

잎사귀에 반즘 숨겨

월귤나무 열매가 풀 사이에 열렸다

내 얼마나 즐겁게 이 열매를 따먹었던가

검붉은 그 액즙이 참으로 맛있었다

 

하지만 이제 동그란 그 열매의 파란액즙을

다시 나의 입 속에 넣어보니

그 달콤한 맛 속이 어렴풋이

쓰디 쓴 시간의 맛을 느끼겠다

 

내 어렸을 적 즐겁게 놀던,

옛날과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고,

소나무들도 이제는 알아볼 수 없다.

 

그저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으로

할 일 없이 이리 저리 쏘다니던 곳,

우거진 수풀 속에 딸기 따는 아낙네가 무릎 꿇고

꽃줄기를 모조리 훑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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